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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ord v Ferrari』 속 자동차 역사, 실화와 비교하기

by ddo-gajagoo 2025. 2. 19.

『Ford v Ferrari』 속 자동차 역사, 실화와 비교하기

 

1. 포드와 페라리의 전쟁: 영화가 보여준 역사적 대립

 

『Ford v Ferrari』(2019)는 1960년대 자동차 산업을 뒤흔든 포드(Ford)와 페라리(Ferrari)의 대결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는 포드가 르망 24시(Le Mans 24 Hours)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꺾기 위해 GT40 레이스카를 개발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영화 속 이야기와 실제 역사를 비교해 보면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1963년, 포드는 유럽 시장에서 스포츠카 브랜드의 인수를 검토하던 중 이탈리아의 페라리와 협상을 시도했다. 당시 페라리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레이스카를 제작하는 브랜드였다. 포드는 이 기회를 이용해 페라리를 인수하고, 르망 레이스에서 경쟁력을 높이려 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포드는 페라리의 모터스포츠 운영에도 간섭하려 했고, 엔초 페라리(Enzo Ferrari)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최종 협상을 앞두고 포드의 제안을 거절했고, 대신 피아트(Fiat)와 손을 잡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분노한 헨리 포드 2세(Henry Ford II)는 "포드가 직접 페라리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선언하며 본격적으로 레이스카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화는 이 과정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해 각색이 가미되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엔초 페라리가 헨리 포드 2세를 모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이렇게 직접적인 발언이 기록된 적은 없다. 그러나 포드가 협상 실패 후 강한 복수심을 품었다는 점은 역사적으로도 사실이다.

결국, 이 사건은 단순한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벌 관계 중 하나를 만들었고, 포드의 르망 도전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2. GT40의 탄생: 포드가 전설적인 레이스카를 만든 과정

영화의 핵심은 포드가 페라리를 꺾기 위해 개발한 GT40 레이스카다. 영화에서는 이 차를 만들기 위해 캐롤 셸비(Carroll Shelby)와 켄 마일스(Ken Miles)가 중심이 되어 포드 본사와 갈등을 겪는 과정이 자세히 그려진다.

실제로 포드는 르망 레이스에서 경쟁하기 위해 영국의 로라(Lola) 자동차 회사와 협력하여 GT40의 초기 모델을 개발했다. 하지만 첫 번째 모델은 심각한 내구성 문제로 인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64년과 1965년 르망 레이스에서 GT40은 페라리를 상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성능을 보였고, 연속으로 패배했다.

이에 포드는 미국에서 새로운 팀을 꾸려 GT40을 개량하기 시작했다. 영화에서처럼 캐롤 셸비가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그의 주도하에 GT40 Mk II 모델이 탄생했다. 켄 마일스는 테스트 드라이버로 활약하며 차량의 핸들링과 내구성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GT40 Mk II는 기존 모델보다 더 강력한 7.0L V8 엔진을 장착했고, 공기역학적인 설계도 개선되었다. 그 결과, 1966년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포드는 1~3위를 독차지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영화는 GT40 개발 과정을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했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극적인 갈등을 강조하기 위해 픽션 요소가 추가되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켄 마일스가 포드 본사와 갈등을 빚으며 팀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하는데, 실제로는 그가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결국, 『Ford v Ferrari』는 GT40의 탄생 과정을 실감 나게 묘사하며, 포드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레이스카 중 하나를 만들어낸 과정을 흥미롭게 전달한다.

 

3. 1966년 르망 24시: 영화와 실제 레이스의 차이점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1966년 르망 24시 레이스 장면이다. 포드가 마침내 페라리를 꺾고, 역사를 새로 쓰는 순간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실제 역사와 비교하면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실제로 1966년 르망 24시는 포드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GT40 Mk II는 페라리를 성능과 내구성에서 크게 앞섰고, 레이스 초반부터 포드는 우세를 점했다.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페라리는 중반부터 차량 고장으로 완전히 탈락했고, 포드의 경쟁 상대는 결국 다른 GT40 팀이 되었다.

영화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장면은 켄 마일스가 포드 본사의 지시로 인해 일부러 속도를 늦춰 1위가 아닌 공동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이다. 실제로 포드는 세 대의 GT40이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연출하기 위해 팀 전략을 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레이스 규정에 따르면, 출발 위치가 뒤쪽이었던 차량이 동일한 시간에 결승선을 통과할 경우, 더 먼 거리를 주행한 차량이 우승으로 인정되었다. 이 규칙 때문에, 켄 마일스가 1위를 유지하다가 속도를 줄이면서 마크 리비(Mark Le Mans)가 1위를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영화에서는 이 장면이 극적으로 연출되며, 켄 마일스의 좌절감이 강조된다. 하지만 실제 켄 마일스는 레이스 후 큰 불만을 표하지 않았고, 팀 전략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1966년 르망 24시는 포드가 역사상 처음으로 르망에서 승리한 해였고, 이후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GT40의 전설을 만들었다.

 

4. 켄 마일스의 운명: 영화와 실화의 차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켄 마일스의 비극적인 사고를 다루고 있다. 포드는 르망 이후 새로운 레이스카 개발을 계속했고, 켄 마일스는 GT40 Mk IV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참여했다.

하지만 1966년 8월,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레이스웨이에서 테스트 주행 중, 차량이 고속에서 균형을 잃고 공중으로 날아가면서 전복되었고, 켄 마일스는 즉사했다.

영화는 이 사건을 감성적으로 다루며, 그의 아들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장면을 통해 강한 여운을 남긴다. 실제 역사에서도 켄 마일스의 사고는 큰 충격을 주었고, 이후 포드는 레이스카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캐릭터 간 갈등을 강조하고 드라마틱한 요소를 가미하여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였다. 하지만 『Ford v Ferrari』는 전체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반영한 작품이며,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스크린에 생생하게 재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