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세이지족 학살 사건: 『Killers of the Flower Moon』의 역사적 배경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192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발생한 ‘오세이지족 학살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데이비드 그랜의 『Killers of the Flower Moon: The Osage Murders and the Birth of the FBI』를 원작으로 하며, 당시 미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적 범죄와 그에 따른 연방수사국(FBI)의 개입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오세이지족은 미국 원주민 부족 중 하나로, 19세기 후반 강제 이주를 당해 오클라호마 주로 정착했다. 그러나 20세기 초, 그들의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오세이지족은 갑자기 막대한 부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백인 사회의 탐욕이 극대화되었고, 그들은 오세이지족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조직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특히, 오세이지족이 직접 재산을 관리할 수 없도록 후견인 제도가 시행되면서 백인 후견인들이 원주민들의 돈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백인들은 오세이지족과 결혼한 후 배우자를 독살하거나 총기로 살해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재산을 차지했다. 이러한 계획적인 살인은 오세이지족 60명 이상이 희생된 대규모 학살로 이어졌고, 미국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인종 범죄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2. 영화와 원작의 차이점: FBI 조사보다 개인적 비극에 초점
데이비드 그랜의 원작 책은 FBI의 시각에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책은 젊은 J. 에드거 후버가 이끄는 FBI가 어떻게 이 사건을 수사하며 현대적인 범죄수사 기법을 도입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영화에서 FBI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화는 특히 몰리 버크하트(릴리 글래드스톤 분)와 그녀의 남편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의 관계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어니스트는 백인 랜치 소유주이자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윌리엄 헤일(로버트 드 니로 분)의 조카로, 오세이지족 여성 몰리와 결혼한다. 영화는 그가 사랑과 탐욕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을 깊이 있게 묘사한다.
즉, 원작이 FBI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을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나갔다면, 영화는 보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니스트가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사랑과 배신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복잡한 인물로 그려지는 점이 영화의 주요한 차이점 중 하나다. 이는 영화가 단순히 범죄 수사물이 아니라, 인간 심리를 탐구하는 드라마로 기능하도록 한다.
3. 역사적 왜곡 논란: 윌리엄 헤일과 어니스트의 관계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주요 악역인 윌리엄 헤일의 묘사 방식과 그의 조카 어니스트의 역할이 원래 사건과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 역사 속 윌리엄 헤일은 오세이지족 학살의 배후에서 조용히 음모를 꾸민 인물이었다. 그는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오세이지족을 상대로 체계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어니스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조종하며 범죄를 저질렀지만, 영화에서는 이 점이 다소 희석되었다.
어니스트 역시 영화에서는 죄책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보다 능동적으로 범죄에 가담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윌리엄 헤일의 명령을 따르는 데 주저함이 없었으며, 몰리를 독살하려 한 사실이 재판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영화는 그의 인간적 면모를 강조하며, 그를 단순한 가해자가 아니라 조종당한 희생자처럼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감독이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고,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복합적인 인간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을 보다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일부 비평가들의 지적도 있다.
4. 오세이지족의 시선: 피해자의 목소리는 충분했는가?
또 다른 논란은 영화가 오세이지족의 관점을 충분히 반영했느냐는 점이다.
실제 역사에서 오세이지족은 백인들의 학대와 차별에 맞서 싸우며, FBI가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 이미 자체적으로 범죄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FBI의 개입과 어니스트의 심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오세이지족이 능동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했던 모습이 비교적 적게 묘사되었다.
특히, 몰리 버크하트는 실존 인물로, 이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지만 영화에서는 다소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영화 내내 몸이 약해져 가며 고통받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사건 해결의 주체가 아니라 피해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된다. 반면, 실제 몰리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싸웠고, FBI가 수사에 착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릴리 글래드스톤이 연기한 몰리 캐릭터는 감정적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그녀가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장면은 비교적 적었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가 오세이지족의 목소리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아쉬운 평가도 있다.
결론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하지만, 영화적 드라마를 위해 일부 내용이 수정되었다. 원작이 FBI의 수사 과정을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나갔다면, 영화는 보다 인간적인 관계와 심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어니스트 버크하트를 단순한 가해자가 아닌 복합적인 인물로 묘사하고, 윌리엄 헤일의 악행을 강조하면서도 그의 조종 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오세이지족의 관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실제 어니스트가 보다 능동적으로 범죄에 가담했음에도 영화에서는 그의 갈등이 강조되었다는 점 등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미국 역사 속에서 잊혔던 비극적인 사건을 대중에게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권력과 탐욕, 인종 차별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는 크다. 다만, 실화 기반 영화가 역사적 사실과 얼마나 가까워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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